인생 최초로 성공을 경험한 것은, 아마도 작년에 봤던 보세사 시험에서 였을 것이다. 딱히 어렵거나 전문적인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, 누가 더 많이 외웠는가로 성패가 갈리는 시험이었다. 2월 즈음에, 재입사 했던 회사를 퇴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. 모아놓은 돈도 딱히 갈 곳도 없었지만, 그래도 괜찮았다. 아마도 괜찮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. 시험에 ...
[작은 즐거움] 학교 쓰레기장 뒤편에서 담배를 나눠 태우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. 이렇게 어영부영 지내다가 학교를 졸업하고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서 짜장면 배달이나 하며 살게 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. 담배를 받아드는 王에게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. "우린 나중에 커서 뭐가 될까?" 王은 내 얼굴을 힐끗 바라보더니 길게 연기를 뿜으며 대답했다....
덕구는 눈을 까뒤집은 채로 거품을 물고 죽어 있었다. 바르작대지도 않고 바닥에 누워 가만히. 풍년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멀뚱히 그 자리에. 다 썩어 들어가는 폐가에는 지독한 내음만이 가득했다. 우리는 코를 막은 채 덜덜 떨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덕구를 죽였으리라 짐작되는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었다. 무섬증을 견디다 못한 막례가 제 어미의 이름을 부...
때로는, 가장 치명적인 순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 싶지 않은 사실과 마주해야 할 때가 있다. 가령 2년간의 긴 구직생활을 겨우 끝내고 들어간 회사에서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본가로 돌아왔을 때라던가. 누군가의 살뜰한 손길이 느껴지는 잘 다듬어진 정원. 내가 아는 한 아버지는 정원을 가꾸는 취미는 없었다. 고작해야 다육 식물 몇 개를, 그것도 겨우 말...
“달걀은 그 자체로 온전한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대.” 수는 그렇게 이야기했다. 호가 삶아준 달걀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문득. 호는 생각했다. 어쩌면 정말로 그럴지도 모르겠다고. “언제까지고 그 안에서 온전한 자기 자신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.” 그렇게 중얼거리며 수는 톡 하고 달걀 끝을 식탁에 두들겼다. 투둑 하고 부서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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